'나의 창세기'

                                                                          글,   김 의 준 장로
태초에
어떤 전능자가 나타나
자기를 빼닮은 나를 지으셨네
그는 나의 하나님이 되시고
나는 그분의 은총으로 자유한 영혼
나는 아예 그분의 동산지기가 되기로 하였네

하나님의 영이 거니시는 아름다운 동산,
그 은혜의 품안을 함께 걷고 있었네
거기엔 성자의 모습을 한 생명나무가 있었고
곁에는 선악과도 탐스럽게 무르익고 있었다네

만물의 조화이신 최고의 예술가는
내가 잠든 사이
하나의 외로움에서 둘의 조화를 기뻐하시고
내게서 여자를 만드시니,
나는 남자가 되고
우리는 원래 한 몸, 서로 사랑의 조화를 이루었네

그러나 우리 안에 피조물의 본능이 숨어 있었네
이 틈을 노린 유혹이라는 놈이
뱀의 혀같이 널름거리고 일어나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였네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탐스러워 보이는 선악과를 따먹었네
하나님이 크게 진노하시니
그의 영을 떠난 벌거벗은 육신의 비참함
결국, 우리는 그 육신 안에 갇혀버린 죄인이 되고 말았다네

땀 흘려야 먹을 수 있고
해산의 고통을 피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
거기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 하는
옹색한 인간이 되었네

본향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는 나그네
에덴의 동쪽은 불칼이 길을 막고
한 번의 실수로 생명의 열매를 상실하고 말았으니
본향으로 돌아갈 길은 아득히 멀기만 하네

이 비참이
나날이 더해 가고 있을 때
기쁜 소식이 들려 왔네
그를 영접하는 자에게는 생명의 열매를 주신다네

에덴동산에서 본 생명나무
그 열매를 따 먹는자 
그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태어난다네
깨닫는 자마다 복 있으리
낙원을 회복하리
그러나 들을 귀 없는 자에게는 소용이 없다네.

   주) 여기서 에덴, 동산, 본향, 낙원, 은혜의 품, 깨달음(의 상태) 등은 동일한 의미로 보아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