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준 장로라네.
청년 여러분의 금년 여름 수련회가 여러분의 미래에 큰 유익이 되기를 기원한다네.
그날 잠시 얼굴 내밀고 돌아서는 발길은 무거웠고, 서운한 마음 금할 수 없었지만,
주님께서 항상 함께하는 여러분의 인생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돌아올 수밖에.

그 자리에서 잠시 인사말씀을 겸해 '신앙인의 행적' 이라는 얘기를 얼핏 내비치다가 말았는데,
신앙인으로서 나의 행적을 미주알고주알 다 늘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 내 신앙 행적의 초입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시의 형태로 줄여 보았네.
지나다가 읽어주면 고맙겠고, 전교인 열린마당에도 올려 놓았다네. 

                      
                  '첫사랑 동정녀'
                                                                                  글,   김 의 준 장로

내가 아주 어릴적 일이라네
어둠 위로 저만치 교회 종탑이 전설처럼 일어서고
그날따라 유난히 카랑카랑한 종소리에 담아
초저녁 어둠을 사방으로 퍼내고 있을 때
제법 굵은 눈발이 날리고 있는 시골 길을
동네 아이들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였네.

매달아 놓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곳에 구유가 놓여 있고
다소 웅성거리는 순례자들 틈으로
거기서, 얼굴이 동그란 한 소녀를 보았네
그때 그 동정녀는 내게
안고 있던 아기를 선듯 내주었지.

그 후로 나는
우리가 신랑 각시가 되어 있는 꿈을
수도 없이 꾸곤 하였다네.  

해가 바뀌고, 어느 무덥던 여름 날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우연히
그녀의 알몸을 보고 말았다네
엄마가 찬물을 끼얹어 주고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채였네

나는 그만 두근거리는 마음 주체할 수 없어
얼굴 빨개져 도망치고 말았네
예쁜 날개옷을 감출 생각도 못하고.

그 후 어느 날 그 소녀는
어디론가 말 없이 떠나버렸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준 예쁜 아기를
지금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네.

세월 가고, 나이 들어도
그 예쁜 얼굴, 그 이름
그때 그대로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네.

지금은 그 아기가 제법 커서
혼자서 걷기도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