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곁에서'

                                                                                     글,   김 의 준  장로


    우리가 우리의 신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나무도 거기 곁에 서 있었다
    우리가 목청 돋우고 신에게 부르짖을 때
    나무는 바람의 노래 들으며
    그냥 거기 서 있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을 달라고 몸부림칠 때
    나무는 신의 뜻대로 하시라고
    하늘을 향해 침묵하였다

    나무는 이미 신의 아들이었다
    창조의 터전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지동의 중심에 서서
    묵묵히 생성과 소멸을 대행하는
    전능자의 아들이었다

               (고기리 '갈보리 기도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