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3호 <1997.8> --


- 짧은 글 깊은 생각  -

힘 안들이고 뭘 바래?


방선기 목사




다이어트 광고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경험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먹을 것 안 먹고 운동해야 하는 다이어트의 기본 원리부터 무시한 광고들이 대부분이다. 다이어트가 힘들다는 것을 아기 때문에,

“이것만 먹으면 배가 안 고프고 살이 빠진다.”
“이것만 바르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
심지어는 “먹으면서도 살이 빠진다”고 뻔뻔스럽게 광고하고 나선다.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 열풍도 한심하지만, 다이어트 마저도 힘 안들이고 하려는 우리 사회의 심리는 더더욱 한심하다. 어디 다이어트뿐인가?


우리 시대 문화의 현실 속에는 뭐든지 힘 안들이고 해보려는 공짜 심리가 만연되어 있다.

어떤 특수한 기계만 뒤집어 쓰면, 어떤 약 하나만 잘 먹으면 정신집중이 잘되어 힘 안들이고 공부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거리를 가득 채운 자동차가 만들어낸 교통 체중 역시 힘 안들이고 움직이려는 욕심의 결과다. 우리 사회의 고직병인 각종 비리, 촌지, 급행료 등은 모두 힘 안들이고 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빚어진 것이다.



교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성경도 쉽게 빨리 힘 안들이고 읽으려 하고,

교회도 될 수 있으면 편안하게 힘들지 않은 곳으로 골라 다닌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의 기도원을 찾는 성도들의 숫자는 줄어 들고, 휴양을 겸한 수양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목회자들은 목회자들대로 힘 안들이고 쉽게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목회 비법을 찾는다. 그런 목회 급성장을 담은 책들이 언제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가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하게 가르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만이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다고(시 126:5-6)

날씬해 지려면 먹을 것을 절제하고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여야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 정신을 집중하고 머리를 써야 한다. 교통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차 사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짧은 거리는 걸어 다녀야 한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쉽고 편안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남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경건에 이르기위해서는 경건에 이르도록 훈련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고의 땀과 기도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교회 성장을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성도들을 열심히 사랑해야 하며 무릎이 아플 정도록 기도해야 한다.



힘 안들이려는 문화에 젖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물론 우리 교회에도 미래는 없다. 매사를 좀 힘들여서 하도록 하자. 그리고 힘들인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도록 하자. 지금이야말로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으라(눅 9:23)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삶에 필요한 시대다.

프리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