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10호 (2000.7)  --



제 3회 "제1남전도회 수련회"를 다녀와서


회장 안형재 집사님




해마다 여름철 바캉스 시즌에 실시했던 제1남전도회 수련회는 허윤석장로님의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함께 가기 위함이었지만, 이제 정년퇴임을 하신 관계로 더웁지 않은 초록의 계절을 택하였으나 장로님의 건강이 온전치 못한 탓으로 함께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는 예정대로 2박 3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 수련회를 마칠때까지 좋은 날씨를 주시고, 참여하는 모두에게 건강을 주시면, 가는 곳마다 주니므이 은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당회장 목사님의 기도가 끝난후 자동차는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경부 고속도로를 내 달아 어느 새 망향 휴게소에 이르러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자동차가 회덕 분기점을 지나 호남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3일간의 일정과 숙박, 식사 등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계획 설명이 있었고, 이로부터 본격적인 전북권의 문화유적지에 대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예외가 있었다. 전남에 위치한 영광 원자력 발전소의 산업시찰이다. 원래의 계획에는 없었지만, 인접한 고창지역을 들리게 됨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 문화원장의 배려로 점심식사 대잡과 기념품까지 얻게된 우리 일행은 원자력 발전소 3,4호기의 내부를 낱낱이 둘러보게 되었다. 홍보요원의 자세한 설명과 말로만 듣고, TV화면등으로만 보아왔던 발전소 내부의 주조정실과 플라토늄의 연료봉이 들어있는 원자로 등을 둘러 보기 위해 철저한 보안장치로 인하여 출입문 하나 하나를 카드 열쇠로 여는가 하면 우리 일행 중 낙오자가 생기면 나올 수 없다는 공포감도 조성된 분위기 속에서 007첩보 영화의 주인공들이라도 되는 듯한 긴박함과 스릴 넘치는 구경거리였다.

모든 생물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이며, 인류문명의 원동력이 에너지라고 할 때에 인간이 최초로 불을 발견한 이래 중세에는 수차, 풍력, 가축 등 자연 에너지를 이용했고, 18~19세기에 이르러서는 석탄과 석유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증기기관차와 기선, 자동차와 비행기가 개발되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엄청난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은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담배필터 크기만한 우라늄 핵 연료봉 하나로 의정부 시민전체가 1년동안 쓰고도 남을 만큼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남도교회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네온싸인 광고판 앞에서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고 고마운 분들을 뒤로 한 채 선운사로 향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 아래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중건했다는 선운사가 산 내에 89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대가람이요, 고찰이었음을 자랑하듯 적막 속에 자리잡고, 동백꽃은 이미 져 버린 채 철쭉만이 찾는 이들을 반기며 한적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우리 근대사에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인촌 김성수선생(1891~1955)의 생가를 찾았다. 99칸에 달하는 사대부 집의 전형인 이곳에서 2대 부통령과 정치, 언론, 교육, 문화 등 많은 분야에 걸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인촌이 어린 시절 뛰놀던 숨결을 느끼며, 한반도는 물론 동북 아시아에서 가장 조말한 고인돌의 분표지역인 고창읍 매산리, 줄림리 일대를 돌아보았다.

첫 날 계획된 일정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미네랄 함량이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석정"온천에서 여독을 푸는 것이었다. 그리고 군침을 삼키게 하는 갈치 조림의 저녁식사가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설익은 냄비도 있었다지만....



이튿날은 본격적인 벼산반도의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명승지의 인기투표에서 1위로 꼽히고, 8대 관광지로 선정된 변산반도는 노령산맥이 뻗어내리다 서해로 튕겨 나온 지역으로서 의상봉(508M)을 비롯하여 내소사, 채석강, 격포와 변산해수욕장, 금구 조각공원 등이 유명하며, 내변산에는 1995년에 준공된 부안댐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격포를 향하여 해안도로를 달리던 우리는 예정에 없던 "모항"을 답사하게 됐다. 서해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느티나무 그늘 잔디밭에서 은혜로운 예배를 드렸다."저도 함께 예배봐도 되나요?" "되고 말고..." 예쁜 두 아이와 동네 아이까지 데리고 같은 예배를 드렸던 젊은 애기 엄마가 지금쯤은 '모항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수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신비로운 절벽과 푸르른 바다가 어루러진 절경, 채석강을 둘러보고 전망대에 올라가 배불리 바닷바람을 껴 안은 채 마시는 따끈한 커피는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

격포항에 자리한 자연산 우럭횟집(양석민횟집)에서는 아무데서나 맛볼 수 없는 생선회와 갖가지 해물이 배불리 먹고 남을 만큼 넉넉해서 포식을 했고, 오후에는 부안군 동진강 하구에 위치한 계화도를 비롯하여 서해안의 지도가 바뀔 수 밖에 없을 대규모의 간척지인 새만금지역과 금구조각공원을 돌아보았다. 부안댐의 절경을 구경하고 난 일행은 발길을 부안읍내의 성황산에 있는 서림공원 입구의 조선 중기 여류시인 매창(梅窓)의 시비를 찾았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했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 가락 하노매
                        (*매창시비에 적힌 시조)

허날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으로 평가받는 창은 1573년(선조 6년) 부안현의 아전이던 이탕종(李湯從)의 서녀(어머니가 기생이었음)로 태어났다. 1590년 사랑하던 시인 촌은 유희경을 서울로 떠나 보내고 지은 이 시조는 이별가로써는 더한 절강이 없을 듯 하다.

완주 경천에 있는 홍일순권사님의 관광농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는 동요와 가곡을 열창했고, 30,000여평의 드넓은 청산농원에서 꿩요리로 저녁을 마친 우리는 삼삼오오 통나무 까페로 또는 야외 벤취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남도교회의 전용놀이 프로그램인 윷놀이 대회를 가졌다. 모기처럼 가는 목소리로 '걸인 것 같은디...' '돈 내놔라 돈...'등 수많은 '언어'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폭소는 끊이지 않고 그래도 마지막 밤은 뻐꾹새 울음소리와 함께 깊어갔다.

전날 계화도에서 사온 '백합(조개종류)'을 삶아서 아침과 함께 먹고 난 일행은 청산관광농원을 떠난 우리는 강경의 젓갈시장에 들려 맛있는 젓갈류를 구입하고, 부유의 백제문화권에 들어섰다. 수학여행 시절에 빼먹지 않고 들렀던 고란사, 낙화암 등의 유적들을 돌아보면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보수와 보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왕을 부를때는 '상감마마'라고 했으나 백제시대는 '어라하'고 했다. 그 '어라하'라는 음식점에서 6년근 홍삼을 먹여서 길렀다는 한우고리로 점심을 마치고 귀경길에 오른 우리는 예정된 시간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음을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수요일밤 예배에 참석했다.

제한된 지면 관계로 보다 많은 이야기를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3일간 남전도회 수련회를 통하여 우리는 보다 더 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고 이와 같은 체험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