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14호 (2003.5)  --



유학을 마치고...


송한샘



사랑하는 나의 가족.......! '우리 막내 딸' 집으로 가는 비행기에 있습니다. 활주로를 떠올라 자동차랑 집들이 인형 마을처럼 아주 작게 보이더니 이제는 ㄱ름과 햇살이 전부에요. 어느새 15개월의 캐나다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처음 캐나다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흥분과 기대도 되지만 무섭기도 하고 두려움도 크네요 새로이 적응해야 할 생활, 더 널보 높아진 책임과 부담감.... 참 많은 생각들이 교차해요.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어요.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투명한 바다, 그곳에서 갈매기는 서두를 것도 없고 쫓기는 것도 없이 날고 싶으면 날고 쉬고 싶으면 쉬다 가요. 갖가지 색들의 꽃이 만발한 공원에는 아기들이 유모차에 앉아 거위와 백조들에게 빵가루를 던져주며 서로 알 수 없는 말들을 속삭이는 작은 도시 핼리팩스에서 하고 싶었던 공부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나기만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는요, 혼자라는 것이 참 외로웠고 너무 쓸쓸했어요. 어쩌다 만난 철없는 애들은 아낌없이 쇼핑하고 호텔 레스토랑만 찾아 다니면서 밤낮을 파티로 즐길 때 점심, 저녁 샌드위치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학교 로비나 잔디밭에 앉아 혼자 먹던 것도 너무 처량맞게 느껴졋고, 한국에 있었으면 엄마가 싸주었을 도시락도 하숙집 아줌마가 주방을 차지해 분주해지기 전에 새벽같이 혼자 일어나 서둘러 만들려니 마음 한 구석이 어찌나 뻥하고 구멍이 나버린 것 같던지요.

하지만 힘들고 어렵게 유학하는 친구들도 만나서 우리끼리 통하는 얘기도 많이 했고, 서로 격려했던 보물같은 친구들도 많았어요. 한 친구는 이런 말을 했는데 너무 웃었어요. "외국에 좀 있으면 영어는 배워지지도 않는데 우리 한국말만 잊어버린다"고요. 조금 전에도 기내에서 한국 사람하고 부딪혔는데 "excuse me"가 튀어나올 뻔했어요. 여전히 영어로 발표하는 것은 심장이 콩닥콩닥 떨리기만 하는데 말이에요.



그렇지만 제가 배우고 공부한 건 영어가 아니었어요. 거창한 것 같지만 '삶', '어떻게 살아햐 할지', '나는 누구인지'...... 함께 공부했던 한 중년의 퀘백 아저씨는 자신에게도 어려운 질문이라며 고개를 저었지요. 지금도 고개를 저을 때 나타난 아저씨의 우수에 젖은 미소가 잊혀지질 않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이런 질문들을 잊고 있었어요. 사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답은 알지만 두려운 것일 수 있고, 나의 아집으로 오답을 끌어안고 있는 것일 수고 있고, 너무 헛갈리고 알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고, 하나님만이 아신다면 계속 묻고 도전하고 또 그 과정을 즐기고 싶어요.

핼리팩스에서 세인트 캐서린으로 또 몬트리올로 밴쿠버에서 비서부, 록키산맥으로 혼자 이사하고 돌아다닌 것도 엄마 아빠가 예쁘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셨던 정원에서 24년을 자란 제게는 내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생각만해도 신나는 가능성과 입술이 바짝 마르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을 만나는 것은 두렵기도 했지만 흥미진진한 일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록키산을 여행할 때는 6개월 동안 아프리카를 비롯해 유럽과 북미를 혼자 여행하는 여성동지(?)를 만났어요. 어떻게 여자 혼자 험한 아프리카를 4개월이 넘게 여행할 수 있었냐고 놀라 묻는 저에게 그 친구는 이런 얘기를 했어요. "해나(영어이름) 너도 당연히 할 수 있다. 가장 우리를 두렵고,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고요. 히말라야를 정복한 시력장애인은 이런 말을 했대요. "모두다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때 오직 스스로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가장 혹독한 싸움이었다."



이제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하고 싶은 것 중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너무너무 모르겠어요. 모르겠어도 어떻게 이렇게 까맣게 모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모르겠어요. 그런데요, It's true that I'm so excited.

2시간 후면 서울에 도착해요. 그런데요 죄송하게도 좋은 선물 미리 사지 못했어요. 워낙 쇼핑도 잘 못하고 물건도 잘 사지를 못해서요. 대신에 겸둥이 우리 막내가 집에 돌아가서 이쁜짓 많이 하는 걸루 선물을 대신할께요. 조금있으며 볼텐데 너무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2002년 8월 28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집으로 가는 하늘 길에서
내망이(송한샘)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