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5호 (1998.3)  --


어학 연수를 다녀와서...


어학연수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상한 문단 모음


우숙영 (청년1부)



     요즘은 IMF 시대라 여간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면 어학 연수가기가 민망할 것이다. 내가 프랑스에 갔을때만해도 우리나라가 웬만한 선진국 못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을때라 모든 대학생들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시기였다. 그게 작년의 일인데, “참 시대는 급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들어 좀 더 크고, 성숙된 눈으로 나의 연수생활을 돌아보니 이것 저것 할 것이 없이 모두 후회 뿐이다. 물론 말은 늘었고 남들보다 세상구경은 좀 더 많이 했겠지만 “결국 나는 세상의 문화만 쫓다왔구나” 하는 것이 내 한숨의 실체다.
    
     인간적인 안목에서 보는 프랑스는 정말 우수한 국가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오랜 카톨릭 국가로서의 종교성도 짙은 국가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그리스도의 문화와는 퍽 이질적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 때문에 나는 체류시에도 불신앙의 문제를 고민해야했고,인간과 하나님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그것들이 좀더 성숙한 신앙을 갖게 하는 밑거름이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않는 처녀” 와 같았던 나에게 참으로 힘든 시기였음을 고백한다.

     기독청년들이 해외연수를 갈 때에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역사에 대한 지식과 성경에 대한 지식, 문화에 대한 것 등등... 물론 지식적인 것으로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지식 말이다. 어학연수는 단지 어학을 공부한다기 보다 정말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

     나는 내 자신이 지적인 면에서 외국 아이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생활면에서 나는 정말 “enfant" 의 수준이었다. 그 사람들은 생활이 지혜롭다. 요즘같이 썰렁한 시기엔 그들의 생활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파리의 화려함도, 프랑스 사람들의 도도함도, 그것이 나의 생활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곳에서 배운 가장 귀한 교훈은 뒷사람을 생각해서 문을 잡아주는 친절함인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조그만 친절 하나를 배우고 왔으니 우습구나 생각도 들지만, 어떨때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나보다는 뒤사람을 생각하는 내가 더 으쓱하다.

     나의 연수기는 나중에 “참회록” 한 권으로 다시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학연수가기 전에는 준비하라는 말을 끝으로 이 조그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