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1호 <1997.2> --


- 선교 소식  -

북한 성도 순교 사화


이만용 형제




선교란 단어를 들을 떄면 어떤 미묘한(?) 감정과 함께 선교는 나와는 좀 동떨어져 있고 나보다는 하나님 일에 정말로 헌신한 어느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생각하신 적은 없는지요. 혹은 교회에서 또는 마지못해 가입한 어느 선교단체에서 약간의 기부금을 요청받아 얼마의 선교헌금을 내는 것으로 조금 위안을 갖고 생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지만 선교는 즉 복음전파는 어느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도, 약간의 기부금으로 안위할 문제가 더 이상 아님을 절실히 느끼는 때입니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목숨을 걸고 복음전파를 위해 일하는 일꾼이 있으며,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채 온갖 우상숭배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종족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신 것을 우리도 뿌리고 또 거두는 데 온힘을 다 쏟기를 기도합니다.

이 선교소식란을 통해 함께 인식하고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선교사역을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감당하는 교회로 자라나가길 기도합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이야기는 실화이며, 우리가 복음을 지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 가를 깨닫게 될 것임며, 북한 동포를 위해 무엇을 기도해야 될 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74년 11월 30일
*함경남도 신흥군 - 3명의 성도 인민재판 후 25톤급 프레스로 압축 사망 당함

1977년 8월 19일 자유를 찾아 임진강으로 월남한 이영선씨의 진술 요약.

"내가 열일곱 살 되던 해인 1974년 11월 30일이었다.
오전 11시에 신흥군 안전부로부터 갑자기 공설운동장에 집합하라는 지시에 따라 학생이건 노인이건 하나같이 영문도 모르는 채 어리둥절하며 지시에 따랐다. 그러나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인민재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숙덕대더니 그 추측을 빗나가지 않았다.

오후 2시 쯤 되자 짐칸을 포장으로 둘러 친 트럭 한 대가 오더니 이어서 안전원들이 다려와 세 명의 노인을 트럭에서 끌어 내렸다. 역시 그들의 인민재판이 시작되었다. 운동장에는 세 명의 노인들 이외에는 25톤급 프레스가 차에서 내려져 설치되어 있었다. 세 노인은 심한 고문을 당했는 지 걸음을 놓을 때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노인이 하늘을 우러러 뭐라고 간절한 기도를 시작했다. 기력이 모자라는 지 아니면 목이 쉰 탓인지 알 수 없지만 노인의 기도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노인의 기도가 끝나자 다른 두 노인들도 '아멘...'하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내가 남한테 와서 알게 된 것은 그날 그 노인들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이미 순교할 것을 결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노인들의 기도가 끝나자 군중들 가운데 선동대원으로 보이는 몇 명의 청년들이 '처단하라! 처단하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가 신호인 듯 또 다른 청년들이 노인들 앞으로 나와 입에 재갈을 물렸다. 동시에 중앙 재판소에서 내려왔다는 지도원이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동무들 ! 어버이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일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기 위해 전체 인민이 하나같이 단결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종교를 믿는 악독한 자들이 우리 공화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웁게도 아직 저 반동 종교인들이 남아서 지하활동을 펴왔다고 하니 저자들은 어버이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귀담아 듣기보다는 종교라는 아편에 중독되어 저들만의 쾌감을 즐겨 왔던게 분명하오! 그렇다면 저들의 골통속에 과연 뭣이 들어 있는지 이제부터 우리 다같이 관찰해 봅시다.'

그의 연설은 처음부터 지극히 잔인하고 선동적 발언이었다. 세 노인들이 거기까지 끌려오게 된 것은 위생검열단의 검열과정에서 성경책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에서는 위생검열이라는 명목으로 검열단이 각 가정은 물론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 단위로 불시에 나타나서 검열을 한다.

세 노인들은 그 날 신흥군 상원천리의 한 집에서 은밀히 집회를 갖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친 검열단에 의해 성경책을 빼앗겼고 체포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재판소 지도원의 연설이 끝나자 군중 속에 끼어있던 사복 안전원들의 선동구호가 이어졌고 주민들도 웅성웅성하더니 차츰 구호를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안전원들이 달려들어 세 명의 노인들을 끌어다 철판 위에 눕히고 머리를 압축판 쪽으로 끌어넣는 것이었다. 그 때 다시 군중 속으로부터 선동적 외침이 나왔다. '저 인간쓰레기들을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하라!'마침내 재판소장이 구령을 외쳤다. '작동 준비~' '작동!' 구령과 함께 안전원이 스위치를 누름과 동시에 25톤급 소형 프레스가 서서히 작동했다. 압축판이 노인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노인들은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 삽자기 두개골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뇌수와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같은 참상을 목격한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고, 나 또한 치가 떨려 옆 동료를 끌어안고 말았다. 상당수의 부인들은 울기까지 했다. 그런데 중앙 재판소에서 내려온 그 지도원은 '종교의식 가진 자, 또 그러한 자와 결탁한 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이 자들과 똑같이 처벌받게 될 것이오'하고는 총총히 어디론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