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도교회 청년부 형님들께

아직은 봄이라고 하기는 어렵군요. 저희들은 야간 보초시간에는 두껍게 옷을 입고 보초 근무를 서야 하거든요.

제게는 뜻하지 않았던 손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황복기 목사님께서 일주일 전에 이번에 위문 오시는 분들은 운동을 하여야 하니 준비하라고 제게 부탁하셨어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걱정도 되었답니다. 우리 신우회원들은 저녁예배 준비, 손님맞이, 교회 청소 등 이렇다 할 일들을 마치고 오시는 남도교회 청년부, 엑소더스 팀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봉고차도 오고, 자가용도 속속히 들어오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머니, 아이들 온 식구들이 저희 교회로 오시는 모습이 제게는 뜻밖의 일이 되었습니다. 망설이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고향에 계시는 식구들이 면회오는 듯 그저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내 눈을 의심해 보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아닐까? 부끄럽게 인사를 하고 오시는 식구들을 맞이하고 주섬주섬 악기며 가지고 오신 것들을 교회 안으로 나르기 시작하고 거의 준비를 마무리 짓고 나는 급하게 밖으로 나가 다음의 준비를 시작하기 위해서 나머지 일들은 신우회원들에게 맡기고 포대로 올라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연병장에 운동복을 입고 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건장한 모습에, 화려한 운동복에, 이 경기장이 너무 화려하여 기가 질려서 우리는 패하지나 아니할까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하였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보니 연습이 잘 되어있는 기교있는 전술인데 우리 장병들은 업사이드도 무시하는 경기를 했거든요. 정말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러웁기도 했어요. 그러나 정말 잘 싸웠어요.

우리는 나이 어린 20세인데 형님 같고, 삼촌 같은 나이신데도 저희들과 대등하게 뛰는 모습을 보고 마냥 기쁘기 한이 없었어요.

우리가 이겼거든요. 우승의 상품으로 우리가 필요한 세탁기를 받았습니다. 마치 우리의 어려움을 아시듯 꼭 필요한 것을 선물로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밤에는 우리 모두가 성전에 모여 찬송과 말씀을 듣고 둘러 앉아서 가지고 오신 음료수며 떡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식구들과 함께 모처럼 모여 보는 자리인듯 정말 뜻있게 맞이하는 주일이 되었습니다.

늘 우리는 사람을 그러워하는가 봅니다. 만나면 즐겁고 기쁘니 말입니다. 언제 또 오시지요. 또 오시라고 부탁하면 염치없는 사람이 될까요? 다시 한번 오시면 지금보다는 더 친절하게 할께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는 이 3월이 퍽 감격스러운 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축구를 해본적이 없거든요. 제가 골 문 앞에서 오버 킥으로 몸을 던져 버린 일을 했거든요. 골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정말 기쁩니다.

우리 충성교회 식구들, 특히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황복기 목사님 사랑의 심부름의 모습은 1773부대 장병들의 짱이랍니다.

새해도 남도교회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빌면서 이 글을 드립니다.


                                                                  - 서부전선 방축끝에서 상병 정진수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