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의 세계世界

                                                 글,   김 의 준  장로

       공空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감쪽같이 삼켜버리는 블랙홀과 같은 것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요 존재의 근원이니
       존재하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이 산이 아니요, 물이 물이 아닌       
       마음에 흔들리는 그림자일 뿐

       공空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맨몸으로 에덴동산을 거니는 아담과 이브의 마음
       단절과 차별과 집착을 넘어
       진리 안에 내가, 내 안에 진리가 있어 자유로운
       마침내 나도 사라지고 진리만 가득한 세계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하고
       그것이 아니면서 그것인
       말이 필요 없음을 말하고자 말이 있는 세계
       긍정肯定과 부정否定의 징검다리를 지나
       진리의 강을 건너는 순례자巡禮者의 발걸음이라

       공空은
       지배하려는 욕심이 아니요  용납하는 여유
       있음을 포기한 허무虛無가 아니요
       자연自然에 충만한 진리眞理이니
       유有와 무無가 등 돌리지 않고
       선善과 악惡이 손잡고 노니는 정반합正反合의 세계

       자기 비움 속에 다른 것을 수용하는 여유로움이요
       자기 채움 위에 다른 것을 부요케 하는 사랑이니
       색즉시공色卽是空과 공즉시색空卽是色을 넘나드는 신비神秘라

       공空은
       밑질 것도, 남을 것도, 
       애써 득실을 따지지 않는
       말을 배우기 전의 어린아이 마음이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투명함이라

       모든 것 안에 충만한 기쁨이요
       모든 것을 초월한 무한함이니
       공空은 죽어야 사는 진리의 변증辨證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