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꿈
글, 김의준 장로
간밤에 남녘 바다에서
붕鵬이라는 큰 새가 날아왔다
하도 커서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거대한 유령이었다.
그날 밤, 나는 내 안에 나를 묻고 있던 터라
창가에 목련 가지가 조금
흔들리는 정도로만 느꼈을 뿐인데
그놈이 짓밟고 간 일자산一字山은
유령의 도성都城으로 변했으니
아름드리 나무들이 수없이 뿌리채 뽑히고
철갑 같이 강해 보이던 것들이 맥없이 부러진
폐허廢墟의 언덕에서 나는
운 좋게 살아남은 패잔병敗殘兵처럼 서있다.
그때, 작은 나비 한마리가 날아와
상처난 잎사귀를 어루만지고,
드러누운 나무 동가리를 어찌할 요량料量인지
가녀린 자벌레가 당차게 치수를 잰다.
큰 생명이 허물어진 곳에서
작은 생명이 어떤 희망을 쌓고 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대자연大自然 속에서.
(2010. 9. 2. 새벽 태풍 곰파스가 지나간
다음 날 일자산의 일그러진 풍경)
“남성적 강함을 알면서도 여성적 부드러움을 지키면 천하의 골짜기가 되고 천하의 골
짜기가 되면 높은 덕이 떠나지 않아 젖먹이 아기로 돌아간다(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嬰兒: 도덕경의 28장 )고 하였지요.
영아(嬰兒)는 태어난 지얼마 안된 어린아이를 말하며,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
린아이의 원초성, 순수성, 부드러움을 회복하여 강한 태풍에서도 살아남은 여린 생명같
이 승리하게 된다는 것이 아닙니까?
또한 어린아이로 돌아간다고 한 것은 예수님의 말씀인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
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의 의미와 비슷하다고 봅니
다. 우리는 부러진 강한 나무와 같은 자세를 버리고 여린 생명과 같은 부더럽고 순수한 어
린아이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여 천국의 삶, 승리의 삶을 누리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