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꿈

                                                      글, 김의준 장로

      간밤에 남녘 바다에서
      붕鵬이라는 큰 새가 날아왔다
      하도 커서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거대한 유령이었다.

     그날 밤, 나는 내 안에 나를 묻고 있던 터라
     창가에 목련 가지가  조금
     흔들리는 정도로만 느꼈을 뿐인데

      그놈이 짓밟고 간 일자산一字山은
      유령의 도성都城으로 변했으니
      아름드리 나무들이 수없이 뿌리채 뽑히고
      철갑 같이 강해 보이던 것들이 맥없이 부러진 
      폐허廢墟의 언덕에서 나는
     운 좋게 살아남은 패잔병敗殘兵처럼 서있다.

      그때, 작은 나비 한마리가 날아와
      상처난 잎사귀를 어루만지고,
      드러누운 나무 동가리를 어찌할 요량料量인지
      가녀린 자벌레가 당차게 치수를 잰다.

      큰 생명이 허물어진 곳에서
      작은 생명이 어떤 희망을 쌓고 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대자연大自然 속에서.

      (2010. 9. 2. 새벽 태풍 곰파스가 지나간
       다음 날 일자산의 일그러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