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63·드루 신학대 석좌교수)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크리스천’(2007년 처치 리포트 조사) 설문 조사에서 8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위, 릭 워렌 목사가 16위였다. 20만 명이 넘는 기독교 지도자 등이 참여한 조사임을 감안할 때 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심지어 그의 저서마다 독립된 웹사이트가 운영될 만큼 대중적 지지도도 높다. 12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스윗 박사를 만났다. 그는 “오늘날 교회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스윗 박사는 생명이 없는 기독교, 예수가 빠진 기독교를 ‘자살(Suicide)’에 빗댔다. 그는 “기독교에서 예수가 빠지면 스스로 죽는 거다(Christianity minus Jesus is suicide). 그런데도 많은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이 지금도 그런 자살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윗 박사는 ‘내가 만든 예수’가 아니라 ‘이미 있는 예수’를 찾으라고 했다.

-‘내가 만든 예수’는 뭐고, ‘이미 있는 예수’는 또 뭔가.

“선교나 전도를 할 때 보라. 사람들은 자신이 예수를 모시고 간다고 여긴다. 그건 굉장히 교만한 생각이다. 우리가 가기 전에 이미 하나님과 예수님이 일하고 계신 거다. 불교 신자나 무신론자를 만날 때도 이미 하나님이 그 사람들 속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시다는 걸 발견해야 한다. 내가 할 일은 가서 그들에게 뭘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침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하시는 일에 우리가 함께 참여하는 거다. 그런데 현실의 기독교인은 그걸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는 달려가서 ‘예수를 주겠다’고 말한다.”

- 그럼 선교의 진정한 의미는.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 불교 문화나 이슬람 문화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아프리카 문화도 마찬가지다.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마태복음 28장19절)’는 건 그 문화 속의 제자를 말하는 거다. 우리의 문화를 심으란 얘기가 아니다. 그 문화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드러날 때까지 그게 어떤 형태인지 알 수가 없다.”

“허락을 해야 한다.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살도록 허락해야 한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게 허락하는 거다. (본래의 인간이) 아닌 게 비워지고, 하나님이 창조하셨던 본래의 인간이 채워지는 거다. 비움만 있어도 안 되고, 채움만 있어도 안 된다. 둘 다 필요하다. 비본질적인 나를 비워서 본질적인 나를 찾는 거다.”

- 그런 비워짐과 채워짐을 어떻게 확인하나.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도 그걸 물었다. 이 물음은 16세기까지 중세 신학의 정점에 해당한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살 때의 싸인 말이다. 그게 바로 진(眞·Truth)·선(善·Goodness)·미(美·Beauty)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살 때 이 셋은 하나로 동시에 존재한다.”

-- 그렇다면 십자가의 참뜻은 뭔가.

“예수의 가르침은 역설적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다.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이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전하라. 나는 평화의 왕이지만 너희에게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시작이자 끝이다.’ 예수님은 모노톤이 아니라 서라운드로, 입체적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생명을 주러 왔다. 그리고 죽으러 왔다(요한복음 10장)’. 이렇게 둘이 하나로 만나는 게 십자가다. 수평과 수직의 만남이다.”

-수평과 수직, 그 중 하나만 취하면 어찌 되나.

“이단은 둘 중 하나만 취한다. 기복신앙도 둘 중 하나만 취한다. 항상 행복한 삶, 항상 성공하는 삶, 항상 잘 되는 삶, 그런 하나의 목소리만 나온다. 반대 목소리가 없다. 거기에는 비우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비움만 있어도 안 된다. 예수님은 생명도 주셨기 때문이다. 비움과 채움, 둘 다 있어야 한다. 이게 동양의 교회가 서양 교회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서구 기독교에선 이걸 이해하기 어렵다. 음과 양이 동시에 있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인간적 예수와 우주적 예수가 둘이 아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말에 ‘우분투(Ubuntu)’란 단어가 있다. ‘우리를 가져다가 나로 만든다’는 뜻이다. 나(I)와 우리(WE)가 동시에 있다는 거다. 넬슨 만델라도 연설에서 이 말을 자주 쓴다. 영어에서도 ‘우리(WE)’를 거꾸로 뒤집으면 ‘나(ME)’가 된다. ‘우리(WE)’는 동양적이고, ‘나(I)’는 서양적이다. 둘은 분리될 수 없다. 물리학에선 이 세상이 3차원이 아니라 최소한 11차원이라고 말한다. 11차원에선 모두가 다 연결돼 있다. 보이지 않는 멤버링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한테 한 것이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물리학자들도 우주적 예수를 증명해주고 있는 거다. 결국 우리의 몸이 살아 숨 쉬는 교회가 돼야 한다.”

스윗 박사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통(通) 매니페스토 컨퍼런스’(주관 성경통독원)에서 4000여 청중을 대상으로 기독교의 본질인 ‘예수와 성경’에 대해 강연한다. 02-522-2449

글=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레너드 스윗 박사=교회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미국 뉴저지주 드루 신학대의 부총장을 지냈다. 『소울 쓰나미』 『아쿠아 처치』 『소울 살사』 등 30 여권의 저서와 100여 개의 논문, 600여 개의 설교문을 출판했다. 특히 『소울 쓰나미』는 미국에서 50만 부 이상 팔렸다. 미국에선 “레너드 스윗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교회 지도자를 상상할 수 없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