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숨을 못 쉬겠어요… 엄마 사랑해"
[속보, 사회] 2003년 02월 18일 (화)
18:36

"엄마 지하철에 불이 났어."


"영아야, 정신 차려야 돼."


"엄마 숨을 못 쉬겠어."


"영아, 영아, 영아…."


"숨이 차서 더 이상 통화를 못하겠어. 엄마 그만 전화해."


"영아야,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 봐."


"엄마 사랑해…."


18일 오전 사고 현장을 헤매고 다니던 장계순(44)씨와 딸 이선영(20.영진전문대)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다. 학교에 간다면서
집을 나갔던 李양이 어머니 장씨에게 처음 전화를 한 것은 이날 오전 10시쯤.


처음에 장씨는 명랑한 성격의 딸애가 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울먹이는 목소리에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다고 했다.


장씨는 수시로 끊어지는 딸의 휴대전화에 10번 넘게 전화를 걸어 힘을 북돋워 주려 했으나 "엄마 사랑해"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듣고는 집을
뛰쳐나와 현장으로 향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 장씨는 만나는 사람을 붙들고 "사고난 지 3시간이 지났으니 가망이 없겠지요""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라는 말을 되뇌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하철 화재 사건의 희생자들이 가족 등과 휴대전화로 나눈 대화내용은 애절함으로 가득했다. 2년여 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9.11테러 당시 희생자들이 가족 등과 나눴던 애틋한 대화가 재연된 것이다.


지하철 탑승자들은 수십m 지하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화마(火魔)와 연기가 덮쳐오는 상황에서 "사랑해""미안해" 등의 작별인사를 지상의
가족 등에게 남겼다.


아직도 마지막 인사가 귓가에 쟁쟁한 희생자 가족들은 사상자들이 옮겨진 병원 영안실 등에서 '혹시나'하는 생각에 찾는 이의 휴대전화 번호를
습관처럼 되누르곤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사고 현장 주변은 통화 폭주로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거나 자주 끊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초로의 한 부부는 사고 현장 부근인 대구은행 현관에 주저앉아 "막내아들이 '불효 자식을 용서해 주세요'라고 휴대전화를
걸어왔다"며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지난해 결혼한 새댁 민심은(26.대구시 동구 신암동)씨는 사고 직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숨이 가쁜 목소리로 "오빠 사랑해"란 말을 남기고
실종됐다. 사위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달려온 민씨의 어머니 정숙자(54.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씨는 사위의 손을 꼭 잡은 채 "착한 심은이는
반드시 돌아올걸세"라며 눈물을 떨궜다. 하지만 민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가족들은 지하철에 타고 있었던 가족과의 통화를 내세우며 당국의 늑장 대처를 질타하기도 했다.


피아노 레슨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딸(이미영.19.경북여고 2)의 전화를 받고 사고 역사로 달려나온 이우석(48.경북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씨는 "'아버지 구해주세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라는 딸의 절규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사고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