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뒤안길에서


                          글,  김의준 장로


 고향이 별거라던가

 정들면 그것이 고향이지

 그렇게 자위自慰하며 살아온 

 기나긴 세월의 뒤안길에서


 그 옛날 춥고 배고파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도시로

 떠나는 놈이 부럽기만 하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도 타고난 팔자八字거니

 숙명宿命으로 생각하고

 똥장군 져다 논밭에 거름주고

 모내고 나면 금세 피 뽑으랴

 허리 펼 날 없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벼 베어 타작하고 난 볏짚 엮어

 초가삼간草家三間 지붕 이우고

 용마름 얹고 나도 쉴 틈 없이

 산에서 나무해다 군불 지펴

 엄동설한嚴冬雪寒 겨우 지내고 나면

 의례 그놈의 보릿고개 넘을 일이 

 태산같던 시절


 그래도 그때

 핫바지 걸치고 폼잡던 기억이

 가는 세월 비집고 희미하게 떠오른다


 도시 생활에 찌들어

 한세월 까맣게 잊고 지내다

 나이 지긋해 곰곰이 생각하니

 추억追憶이 되어 그리움이 되어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