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骨이 돌아오시던 날


                             글,  김의준 장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던 날

 계절은 눈 멀고 외침은 입을 다문

 황무荒蕪한 산야山野에는

 주인 없는 태극기太極旗만

 외롭게 펄럭였습니다


 빛도 온기도 없는 동토凍土를

 떠도는 바람이여

 어디서 어떻했는지 영문도 모를

 허망한 종이쪽지 한 장이

 내 아버지!

 당신의 마지막 옷깃이었습니다


 사그라지는 신음呻吟 가다듬고

 기진한 날개 퍼덕이며

 그렇듯 이날까지 긴 세월 이겨낸

 내 어머니!

 당신은 신神의 딸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홀연히

 연탄 한 짐 들여놓고 가셨다더니

 길몽吉夢이라고 그리도 좋아하시더니

 동토凍土에 온기溫氣가 돌고

 하늘빛이 흐르고

 허공을 떠돌던 포자胞子에서

 생명生命이 돋았습니다


 유전자遺傳子가 똑같아

 당신이 지금까지 내 안에 살아계셔

 그렇게 머나먼 길 돌고 돌아

 백골白骨이 돌아 오시던 날

 울엄니 부활復活한 남편 맞은듯

 쉰 여덟 해만에 다문 입이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