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광란


                         글,  김의준 장로


 불이 왜, 뭣 땜에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그리도 잔인하더란 말인가


 별다른 욕심도 없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소박한 재래장터의 희로애락을

 그리도 무참히 짓밟은 잔인함이여!


 불은 남을 위해 자기를 불사르는

 자기희생의 상징으로 알았는데

 남을 태워 자기 욕망을 채우는

 그렇게 이기적인 존재더란 말인가


 그럼에도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오랜 세월 시장터의 구석구석에 쌓인

 갖가지 애환哀歡의 훈훈함이며


 함께 해 온 정겨운 얼굴들이 

 눈에 밟혀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도

 실낱같은 한 가닥 희망을 붙들고


 이게 인생이려니 자위하며

 무너져 내린 마음을 다시금 추스리는

 그 안쓸러움이여!


 (대구 서문시장 화재 소식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