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기도(시)

 

                                                                글,   김 의 준  장로

 

 

         시간도 잠시 멈춰선 이 경건 속에서

         우리 안에 소중한 가치로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권사님을 생각합니다.

 

         이 땅에 사시는 동안 입었던 유한한 옷을 훌훌 벗고

         하늘로 떠나시는 그 고상한 뒷모습에서 영생永生을 봅니다.

         96년이라는 짧지 않은 풍진세월을 온 몸으로 안으시고

         하늘이 내리신 사명 잘 감당하셨습니다.

 

         자녀를 낳아 정성으로 기르셨으니

         아들 하나 신실한 주의 종 되게 하신 것도 장하지만

         아내의 길, 비바람 눈보라에도 내색 않고 내조해 온 며느리에게

         당신의 따스한 마음을 담아 효부의 상까지 내리셨으니

         근래 보기 드문 미담일 수밖에요.

 

         그 그늘에서 손자 손녀들이 아름답게 짝지어

         자자손손 화목하고 융성하게 하셨으니

         이 아름다운 결실은 우리에게 소중한 귀감이 되고도 남아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이는 필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에 감화한

         권사님의 피와 땀이 어린 노고의 결실임이 분명하니

         정말, 위대하고 장하십니다.

 

         권사님이 뿌리신 이 아름답고 고귀한 생명의 씨앗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서 향기롭고 고상한 꽃으로 피어났기에

         지금 우리는 그 꽃을 따서 하늘 가시는 밝은 길에

         슬픔을 감추고, 기쁨으로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뿐히 밟고 하늘나라에 드시옵소서.

 

         멀든 가깝든 혼자서 가기엔 외로운 것이 그 길인가 봅니다.

         동행하시고 싶어 진주라 천리 밖에서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시던

         천 권사님도 바람결에 이 소식 들으셨는지 기꺼이 그 길 따라 나스셨답니다.

         이 생에서 못 다한 얘기 정답게 나누시면서 하늘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동행하옵소서.

         (2012. 11. 9. 고 진무순 권사님 발인예배에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