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심은 나무 16호 2005 Spring

기독교 정신이 효시(嚆矢)를 만든다

송 래 형 집사

 

어린시절 마을 어귀 시냇가에 버들강아지가 생각나는 새 봄이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우리 교회 계간지의 제자(題字)이지만 도회지 사람들이 동경하는 평화로운 전원을 연상케 하여 친근감이 있다. 이런 자연의 조화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훼손되고, 이제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면 환경오염과 난개발이 문제가 되고 있으니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197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산업화와 오늘의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우리의 경제적인 삶에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큰 변화를 겪게 되면서 우리의 인성(人性)도 따라서 변질되었다. 경제력의 신장과 맞물린 개발의 과정 속에서 빈부의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가진 자가 단기간에 더 갖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연스럽게 투기가 등장하면서 이것이 마치 정당한 경제행위인양 우리의 가치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여기서 투기심은 이기심이라고 나름으로 재 정의할 때, 이기심으로 비대해진 우리의 인성은 ‘이웃사랑’의 기독교 정신을 오염시켜 일부 교회 내에서까지 이에 따른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기 위해 힘쓰는 일이야 말로 기독교인의 바람직스런 삶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그 동안 나 자신 속에 갇혀 주변을 살필 겨를 없이 살아 온 60여년, 신앙생활 40년을 넘기고 서야 겨우 이웃에게 눈을 돌릴 수 있는 작은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되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는 말씀에 대한 작은 실천으로서 뜻을 가진 분들의 국민연금 중 일부의 기부를 통하여 기금을 만들고, 그 이자 소득으로 무의탁 독거노인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이를 위해 2003년 1월 종자돈을 마련하여 “은빛겨자씨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범국민운동 성격의 모금운동을 제안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모금운동이 큰 성과를 올려 모금기관의 평가에서 국민연금을 기부한 최초의 일로 인정되어 "국민연금 기부의 효시"로 지칭되기까지 하였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효시(嚆矢)”란 울음소리를 내는 화살이라는 뜻으로 중국 전국시대에 힘 있는 나라가 당당한 전쟁을 하고자 선전포고용으로 쏘아올린 화살에서 유래된 말로서, 이기가 지배하는 세상에 이타를 위해 쏘아올린 ‘국민연금 기부의 효시’가 우리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빈곤으로 신음하고 있는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돕는 일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웃사랑’의 기독정신을 바탕으로 한 제2, 제3의 아름다운 효시가 우리 사회의 그늘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쏘아 올려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