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9호 (1999.12)  --


- 가정탐방  -

김기일 장로님 댁을 찾아서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가정 탐방의 날이 돌아왔다. 우리는 주일 오후의 일정을 서둘러 마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김기일 장로님 댁으로 향했다. 겨울비가 내려 쌀쌀한 날씨였지만 우리를 맞아 주시는 장로님의 미소에 마음은 너무 따뜻했다. 사실 천년들이 인도자도 없이 교회어른을 방문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실수하여 버릇없게 보이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에 무척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에 우리가 인사를 할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어깨를 토닥토닥 해 주시던 장로님의 인자한 모습 때문에 오늘은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우리가 도착한 장로님댁은 사당동에 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아담한 3층 주택이었다. 요즘에는 아파트나 빌라에 가려 쉽게 볼 수 없는 예쁜 마담이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장로님은 이 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계셨다. 어떤 노래가사와 같이 푸른 초원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것이 작은 소망이셨다고 한다. 마침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사당동에 터를 잡을 수 있었고 1978년도에 정성을 들여 집을 건축할 수 있으셨다.

     때문에 지금 비록 관리도 힘이 드리고 교회 다닐 때 교통도 불편하기는 하지만 직접 지은집에 정이 많이 들었고 아이들이라도 오면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뛰어 놀 수 있게 할 수 있어서 이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루에 들어서자 우리를 사로잡은 것은 오르간이었다. 보통 피아노의 2배정도 되는 크기에 난생 처음 보는 3단 건반을 가지고 있는 이 오르간은 요즘에는 흔치 않은 것으로 장로님이 특별히 아끼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혹시나 오르간이 망가지지나 않을지 조심스레 오르간을 만져보며 장로님의 남다른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르간을 구경한 후에 장로님과 대화를 나누며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갔다.


     여기에 두 분만 시시는지...장로님은 4남매를 모두 출가시키신 뒤 자녀들을 키우신 이 집에서 장 집사님과 두 분이 사신다. “처음에는 혼자였다가 우리 장 집사 만나서 둘이 되고, 4남매 낳고, 사위와 며느리들을 맞아 또 넷이 들어났고 이제 손주들까지 새겼으니 이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지. 이 모든 가족들이 하나님의 손길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내가 더 믿음 생활, 기도 생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지.”


     장효순집사님은 어떻게 만나셨는지...장효순집사님은 군 제대후 일자리를 찾던 중  전에 다니시던 교회어른을 도와 피아노 만드시는 일을 할 때에 만나셨다고 한다. 장집사님은 결혼 전부터 교사 직분을 맡아 하시며 봉사하는 등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셨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믿지 않으셔서 교회 나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핍박 하셨다고 하셨다.

     심지어 할아버지께 매를 맞으면서도 교회를 섬기는 일을 놓지 않으셨다고 한다. 편하게만 신앙생활을 했던 우리에게 도전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우리는 자유롭게 스스로의 의지대로 신앙생활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으르고 나태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은 어떻게 시작하셨고 남도 교회는 어떻게 나오시게 되셨는지...군에 가기 전에 직장 동료의 강권으로 교회에 몇 번 다니다가 믿을 것도 없고, 의지할 것도 없는 군대에 가서야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깨달아 신앙생활을 시작하셨다. 특히 크리스마스예배 참석을 허락 받기 위해 동료들을 모아 교회에 갔을 때 들은 말씀에 진정한 회개를 할 수 있었고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었다고 하셨다.

     남도교회는 신앙을 가지게 된 뒤 교회안에서 상처를 받고 세상에서 헤맬 때 친구분의 인도로 처음 섬기게 외셨다고 한다. 교파도 많고 교회도 많은 중에 말도 많고 있어서는 안될 일들도 많지만 우리교회는 남들 보기에는 비록 활기가 없어 보일지라도 큰 소리날 일하나 없이 그 안에서 모두가 믿음 생활한다는 것에 감사하셨다.  


     마지막으로 ...“나는 대한 예수교장로회 남도교회에 몸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도하는 일에 게으르다는 것이지. 교회 건축도 열의, 믿음, 재정이 모두 갖춰져야지 믿음도 없이 무대포로 덤비면 큰일나지. 오늘 목사님 말씀처럼 작은 일부터 소중히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장로님의 말씀에서 어른이 계시기에 오늘 우리가 교회 안에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장로님댁을 나오면서 집사님께 대접받은 구수한 된장찌개만큼이나 풍성하고 따뜻한 교제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