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5호 (1998.3)  --


- 칼럼(2)  -

IMF 시대와 우리의 것


허정호 집사



     요즈음 우리 경제는 IMF시대를 맞이하여 그 충격이 정부, 기업은 물론 개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파장을 주고 있다. 경제가 이 지경이니 문화라는 것은 신경쓸 겨를도 없고 누릴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IMF한파는 음지에서 묵묵히 한국학의 밭을 갈던 권위있는 학술지마저 쓰러  뜨렸다. 척박한 학술출판의 여건 속에서 22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온 계간 “한국학보” 가 이번 봄호를 끝으로 폐간된다고 한다. 불과 5백명 독자도 확보하지 못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한국학의 운명. 세계화 시대라 하여 우리의 것은 등한시한 채, 외국 그것도 서구 선진국의 것만을 무분별하게 추종해온 우리의 서양 콤플렉스가 IMF체제를 만든 한 원인이 되지는 않았을까? 이제 긴장해서 절약하고, 국산품을 애용하고자 하지만 외제를 선호하는 우리 풍조는 거의 고질병이 된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 동해의 호칭문제이다. 1870년까지는 일본 지도에도 조선해로 표기되어 있던 것이 오늘날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지도에 동해는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다. 일백수십년전, 그때는 지금과는 정반대로 우리의 것만을 지키려고 나라의 문을 철저히 닫아 버렸고 결국은 더 큰 화를 입어 그 잔재가 지금도 일본해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세계 지도에 남아버린 것이다.

     하나님은 친히 주관하시는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주신다. 구한말, 일제시대, IMF시대 모두 어려운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것도, 무조건적인 추종도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한 시대, 그것도 세기말을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지혜의 근본이신 하나님께 간구하고, 악한 계략을 일삼는 마귀에 대항해 싸우는 것(I am fighting)이 우리의 길임을 깨달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