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10호 (2000.7)  --


- 가정탐방 -

허윤석 장로님댁을 찾아서




"가족탐방 갈 사람!" 조용~
(더 큰소리로) "가족탐방 갈 사람!" 조용~
"가!족!탐!방! 갈 사람!!!"
"가족탐방이 뭐예요? 편집위원들이 하는 거 아니에요?"


아뿔사! 이제 막 수능을 마치고 청년부에 올라온지 얼마되지 않은 우리 새내기들이 교회신문이나 가족탐방의 취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족탐방은 그동안 교회에서 인사만 하거나 괜실히 무안하게 그냥 지나쳤던 교인가정에 대한 가족 소개와 신앙생활 등을 소개하는 말하자면 친교의 공간, 혹은 마음 열기의 공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교회 어른들을 가장 잘 공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청년들이 그 가정을 직접 방문해 취재를 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지고, 신앙의 선배님의 재미있는 경험담과 충고, 격려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귀여운 새내기 3명을 데리고 허윤석 장로님과 이재후 권사님댁을 찾았다.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장로님을 너무나 똑같이 닮은 남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장로님은 4형제를 두시고 지금 막내 아드님과 함께 살고 계시는데 가족탐방을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둘째 아드님 가정이 자리를 함게해 주셨다. 아이들이 장로님을 많이 닮은 것에 신기해하자 장로님과 권사님을 흐믓한 미소로 가족을 소개해 주셨다.

두분은 장남 허진호집사님, 차남 허준호집사님, 삼남 허정호집사님, 사남 허영호집사님이 각기 가정을 꾸리고 집이 먼 사람대로 가까운 가까운 사람대로 교회를 섬기며 집사직분을 맡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셨다. 문을 열어준 아이들은 장로님의 손주들로 허준호집사님의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시는 두 분의 모습에서 어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소개 다음으로 우리는 장로님의 건강 이야기를 들었다. 장로님은 25년동안 교장 선생님으로 게시면서 방학에도 매일같이 출근하시고 열심히 일해 국가 훈장까지 받으셨지만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99년 가을, 정년 퇴임 후 뇌수술을 받으셨다. 수술 결과도 좋고 건강도 꾸준히 좋아지는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가족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속상할 때도 있고 힘들때도 있어 예전보다 더 많이 기도하게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하나님의 뜻을 어기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벌을 주실까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더 열심히 기도하라는 뜻으로 알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굳게 믿고 디고하고 계신다고 했다. 게다가 교회에 가까운 임광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어 간강이 완전히 회복되면 교회 봉사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하셨다. 눈시울을 적시는 가족의 모습에서 가족의 애틋한 사랑과 어려움을 감사로 극복하는 지혜를 보며 우리도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분위기를 바꿔 장로님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여쭈어 보았다. 장로님은 원동교회 청년부 시절 회장을 역임하며 핵심멤버로서 활동하셨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가는 것보다 먼저 교회를 가고, 학교생활보다 교회생활을 더 즐겁게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교장 선생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신기했다. 아무튼 그 당시 장로님의 절친한 두 친구분과 성을 따서 '허정길'멤버로 호라동하신 이야기를 들으며 청년으로서의 각오를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청년대학부는 교회의 출발점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시며 서로 의논하며 잘 해나가라는 당부와 젊을 때는 깨닫지 못하지만 젊을 때 항상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충고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장로님의 수술과 입원으로 괴롭고 외로울 때,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목사님과 성도님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서로 사랑을 베풀고, 받으며 정말로 실천하는 사랑과 믿음을 가지고 교회생활하길 원하신다는 말씀으로 끝을 맺으셨다. 장로님댁을 나와 우리 새내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마음이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힘든 병과 싸우시는 장로님, 어려운 병간호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권사님, 아픔을 함게하는 가족들, 두 분을 모시고 사는 허영호집사님, 특히 며느리를 치딸처럼 아끼고 친어머니처럼 시어머니를 섬기는 고부지간을 보며 정다운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가족의 참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