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13호 (2002.11)  --



4년간의 유학생활


청년2부 이서경





친애하는 남도가족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제가 지난 4년간 미국에서 고등학생으로서, 대학생으로서 유학 생활하는 동안 하나님께서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게 하셨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Los Angeles에서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한 기간동안 생긴,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되는 많은 일들 중 하나는 저희 가족이 이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와 제 남동생 준규, 그리고 아빠의 관계가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무척 가까웠으나,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동생의 얼굴조차 보기가 힘들어졌고, 제가 동생의 생활에 개입하고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LA에서 둘이 같은 고등학교에 9학년, 11학년으로 각각 입학해 같이 등하교하고 숙제하면서 각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누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데 서로 의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 거리낌 없이 고민을 털어놓고, 또 들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있고, 주위의 친구들이 그런 저희 남매를 보며 종종 신기해하고 부러워합니다. 저와 제 동생이 집에 있는 시간이 전보다 늘어난 것과 넓지 않은 집 덕택에 자연히 가족들과 부딪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오고가는 대화도 더불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아빠의 단점만 보고 방항심을 품어오던 제 동생이 아빠가 하시는 연구를 가까이서 보면서 예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아빠의 능력과 장점을 깨닫고, 아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의 전공분야인 언어학에도 차츰 흥미를 느껴서 지금 대학에서 언어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아빠 못지않은 세계적인 학자가 되겠다고 벌써부터 부풀어 있습니다.



제가 LA에서 다니던 교회의 청소년부 지도자에게서 기독신학의 한 분야인 Christian Apologetics(기독 변증론)에 대해 조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철학에서 요구하는 논법을 따르면서 성경을 기반으로 하는 기독철학을 변증하는 이 학문은 비기독교인인 지식인들이 문제로 삼는 주제들, 예를 들어 "신이 존재하는가" 혹은 "하나님이 정말로 선하시다면 왜 이 땅에 악이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줍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여 공부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느낀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앙이 아무런 근거 없는 허황된 신앙이 아니라는 것이었스니다. 하나님게서 우리에게 감성과 더불어 지성을 주신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느끼고 감동을 받음과 동시에 하나님 당신의 존재와 인격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고능력을 통해서도 알아가길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게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의 이성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믿음이라는 요소가 기독신앙에 필수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 대학 친구 중 하나가 어느 날 제게 Ravi Azcharias의 말을 인용해 주었는데 가끔 제 자신에게 상기시키곤 합니다. 기억을 더음어 한글로 얾기자면, 하나님게서 우리에게 하나님을 충분히 알게끔 이성을 주셨지만, 이성 하나만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게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대학 생활한 지난 2년간 제가 절실하게 느꼈던 것은 저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신앙의 선배가 곁에 있다는 게 참으로 큰 축복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처한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하나님께서 저로 하여금 어떤 길을 택하길 원하시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현명한 판단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과 저의 맹점을 다른 사람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또 하나님께서 제 주위 사람들을 통해 저에게 말씀하실 지도 모른다는 믿음에 용기를 내어 교회 선배이자 과 선배인 친구를 찾아가 상담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신뢰할 수 있었던 그 친구에게 사실을 설명하고 저의 사소한 생각이나 감정을 숨김없이 밝혔을 때, 그 친구는 기대 이상으로 제게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저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믿음의 사람으로서, 제가 칭찬과 격려, 그리고 충고를 필요로 할 때 아낌없이 해 주었으며,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합당한 서택을 하도록 저를 위해 항상 기도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의 제 마음과는 다소 상반되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는데, 지금 그 때를 돌이켜보면 그 친구에게 다가가도록 제게 용기를 주신 하니님과 옆에서 최선을 다해 이끌어 준 그 친구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또,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얻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제 자신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성숙한 주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때때로 제 주위를 둘러보면,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신 축복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주신만큼 거두시길 기대하실 거라는 사실에 그에 따른 책임감 또한 크게 느낍니다. 다시 돌아가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은 것으 배우고 오도록 디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저도 남도교회 여러분들 위해 부지런히 기도하겠습니다. 그럼 졸업한 후 다시 찾아뵐 그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