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에 심은 나무 제18호 (2005 가을호)  --



‘결혼’에 대하여 (고린도전서 7:1-40)


최석진 목사





하나님의 말씀은 신앙인의 삶에 있어서 유일하고 고상한 기준이며, 우리가 생명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진리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성도는 ‘구도자’라 생각한다) 입장에서 성경은 항상 인생길의 좋은 안내자가 되어왔고, 그것은 어느 시대에나 동일하다. 이러한 진리의 말씀(성경)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따라서 결혼과 결혼생활에서도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인들까지도 이런 성경의 귀중한 가르침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풍조에 따라 결혼하고, 그에 따라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볼 때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고린도전서 7장은 결혼과 결혼생활에 관한 좋은 지침이다. 이 한 장 속에는 기독교인의 결혼에 관한 금과옥조(金科玉條)의 내용을 담고 있다.  


1. 고린도전서에서 본문의 위치와 배경

  1)위치: 서신서의 하나인 본서는 서신서의 기본 구조를 기준으로 나누자면 의례적인 문안 인사와 시작하는 말을 포함한 도입부(1:1-9)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론부(1:10-16:4), 그리고 끝맺는 말과 문안 인사로 구성된 종결부(16:5-24)로 삼등분 할 수 있다. 본론부에는 바울이 파악한 고린도 교회의 범죄와 오류에 대하여 엄히 훈계하는 말씀을 담고 있는 전반부(1:10-6:20)와 고린도 교회 성도들이 바울에게 질문해온 신앙생활의 각종 현안 문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록한 후반부(7:1-16:4)로 크게 구분된다. 본문은 질문에 대한 답변의 첫 번째 내용으로  다양한 입장에 있는 성도들의 결혼과 결혼생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2)배경: 고린도 교회는 대략 A.D.50년경 사도 바울이 제2차 전도여행(A.D.49-52) 중에 직접 설립한 교회다. 그런데 그 고린도 교회가 위치했던 고린도시는 당시 로마 제국 내에서도 매우 번성한 항구 상업도시였다. 대부분의 큰 도시, 특히 항구 도시가 흔히 그러하듯이 고린도시도 각종 문화가 혼재하였고, 초대교회 시대에는 물질문명을 우선시 하는 로마의 세속 문화가 왕성하였다. 당시 대중들이 전통적으로 숭배하던 소위 그리스-로마의 만신 숭배, 그리고 지식층에서 주로 신봉하던 각종 철학을 바탕으로 한 종교들로 인해 우상 숭배가 극심하였고, 특히 성도덕이 문란하였다.
  고린도의 주요 신당으로는 그리스인의 사랑과 생명의 여신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었다. 또한 그곳에서는 동방의 특정한 풍조가 뒤섞여서 그 여신을 섬기는 의식이 아주 무질서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것은 아주 저급한 도덕관과  성창(secred prostitution)의 의식 등으로 나타나는 성적 타락상을 보였으며, 고린도의 타락상으로부터 ‘corinthianize'(간음하다)라는 낱말이 파생할 정도였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고린도가 얼마나 부와 함께 부도덕으로 혼탁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적이었다. Raiph P. Martin, 원광연역, 신약의 초석Ⅱ(경기 :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2004), 257-258
그러기에 결혼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 때문에 바울은 결혼 생활을 통한 성적 연합을 권장했다(3-5절). 그는 가정에서의 만족한 성생활이 집밖에서의 성적 유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William L. Coleman, 이영훈역, 성경시대의 상황과 풍습(서울 : 서울말씀사, 1997), 122


2. ‘결혼’에 관한 본문(7장)의 구조 모리스, 틴델 신약주석 시리즈 (서울 : 기독교 문서 선교회, 1988), 126-150

(1) 1-7절, 일반적인 원리(‘부부의 의무’).
(2) 8-9절,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과부.
(3) 10-11절, 결혼한 사람들.
(4)12-14절, 신자와 결혼하고자 하는 불신자와 결혼한 신자
(5)15-16절, 신자와 같이 살기를 싫어하는 불신자와 결혼한 신자
(6)17-24절, 하나님께서 너에게 할당하신 삶을 영위하라(‘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라’)
(7)25-38절, 처녀들.  
(8)39-40절, 미망인.


3. 주해 요약

  바울은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는 말로 6장을 끝맺고 있다. 이것은 고린도전서의 질문에 대한 답변 부분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고린도 교회의 몇 가지 문제들을 다루면서, 7장에서 결혼에 관해 답변하고 있다.
  
  고린도 교회의 교인들이 갖고 있던 성에 대한 입장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방종주의적인 입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금욕주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둘 다 같은 뿌리에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적인 열광주의로 말미암은 이원론적 사고가 두 입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즉, 육과 영에 대한 이원론적 이해로 말미암아 육의 기능에 대한 이중적인 이해가 나타났다. 영 자체가 육체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 무절제한 성(姓) 의식과 육적인 것은 불결한 것이니 육적인 어떤 접촉도 않겠다는 금욕주의가 그것이다. 그들은 영적 체험을 통하여 종말론적인 완성의 자리에 참여한 것으로 생각하고 만족했으며 결혼 자체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육체와 관련된 성적인 문제들을 접근하는 바울의 기본적인 입장은 창조론적이고, 그리스도론적이다. 그는 결혼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창조의 경륜과 일치하는 거룩한 제도로 본 것이다. 그러기에 바울은 음행이라는 현실적인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결혼할 것을 권고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신으로 있는 것이 더 귀하다고 주장한다. 바울은 결혼과 독신의 차이는 성적인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바울은 7장에서 그리스도교적 결혼관에 대한 자신의 기본적인 견해를 전부 밝히고 있지는 않다. 주로 고린도 교회에서 발생한 성적인 금욕주의에 대해서만 답변하고 있다. 즉, 6장에서 방탕한 성관계를 묵인하려는 고린도 교인들을 향해 바울이 그리스도교적 방어를 한데 이어, 7장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현상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바울은 결혼에 대한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하는 바를 설명하되, 그리스도의 명령과 바울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럽게 구분하여 제시한다.

  이곳에서 7장의 본문 주해를 하는 것은 지면상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저는 독자들이 본문의 구조에 따라 성경을 읽으면서 본 주제와 관련하여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보다 자세히 이해하고 묵상하며 은혜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