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밖의 편지 --

얼마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지금은 갇혀있는 몸이나 약 40일후면 자유의 몸이 된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보낸 사연이었다.

"지난해 12월 신문에서 장기기증과 유산은 독거노인들을 돕는데 쓰라는 아저씨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감동했다.
육신은 멀쩡한데 생각과 행동이 어리석어 전과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자괴지심에 지난 3월 시신기증과 장기기증 서약을 하였다. 자칫 계속해서 범죄자의 길을 갈 뻔했는데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아저씨 가정에 행복과 웃음이 가득하시길 바란다." 등의 내용은 참회와 진실이 담겨있는 인생역전의 값진 사연이었다.

집으로 배달된 뜻밖의 편지로 그늘진 곳까지 깨우쳐주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새삼스럽게 커 보인다.
사실은 지난해 12월 메이저급 신문(중앙일보)에 아름답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제목과 더불어 근접 촬영한 주름투성이의 얼굴과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장기기증 증서까지 선명하게 게재 된 일이 있었다.
당시 회사직원들이 신문을 펼쳐 보이며 신상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악용될 수 있다고 자기 일처럼 걱정이 대단하여, 웃으면서 한마디 했던 기억이 난다.
“악용하는 사람보다는 선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네.”
지금까지 악용된 일은 겪지 않아서 이분의 편지를 받고 판정승한 기분이다.
더욱이 내 작은 뜻에 공감하고 극단의 처지에서도 바른 삶을 살고자 각오하신 그 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그분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피해망상증 환자 수용소입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다. 5호객실 승객은 어림셈으로 80여명 이해득실 관계가 아닌 저들 모두는 서로 신뢰하여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피해망상 수용소에서 방면될 것이다.
다시 한번 년초의 다짐을 되뇌어 본다. “생면부지도 신뢰하자” 더불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너희빛을 사람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4~17)

그 분이 출감하는 날 두부 한모 사드리고 싶다.

                                                                                집사  송 래 형